사색 노트
겨울에 태어난 나는 한겨울에 소파에 푹 박혀서 책 읽는 것을 좋아한다. 겨울에 읽어둔 책들이 든든하다. 또 애잔하다.
겨울아이 / 임마뉘엘 카레르
공이 최대한 가까이 다가오도록 나둔 다음 가능한 오래 있다가 공을 피아는 것, 이건 더할 나위 없는 희열을 맛보게 하였다.
눈커풀 안은 오렌지 색이었다.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아랍 왕세자들 사이에서 쓸말이 아닌 것 같아 입밖으로 내지 않았다.
자신만을 위해 혼자 웃음지었다.
(옮긴이)
니콜라는 변신을 뜻하는 '잃어버림과 얻음'이 엇갈리는 고통과 두려움과 함께 인어의 영혼이 지독히도 스산하게 느껴졌다. (인어공주는 바다마녀에게 목소리를 넘긴뒤 물약을 먹고 바위위에 앉아 지느러미의 자리에 다리가 생긴것을 본다. 그 장면에서 니콜라는 항상 운다.)
동화적인 상상으로 가득한 이야기를 만나는 일은 일상 생활에서 벗어남이고, 때로는 어떤 해방을 의미한다. 문득 풀어진 해방감은 다른 각도에서 굴레가 되어 옥죄어 올 수 있다.
니콜라가 머무르고 싶어하는 동화적 상상의 세계에 비해 현실은 잔인하고, 삶에는 결코 '용서란 있을 수 없다'. 작가는 매몰차다 싶을 정도로 니콜라를 현실의 문턱에 몰아세운다.
<적>을 일고 난뒤 <겨울아이>를 읽은 것이 다행이다. 처음 카레르의 <콧수염>이란 책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흥미있는 명사가 아닌가. 내가 남자라면 이십대에는 창백하고 거지같은 콧수염을 기를텐데. 나이가 들면 멋진 콧수염을 기르고 보타이를 해야지. 그리고 파리의 묘지 곳곳을 산책하는 것이다. 지팡이는 필수다. 크리스마스엔 흰 솜이라도 붙이고 놀아야겠다 했는데 그런 내눈에 <콧수염>이라니. 오호호호.
경계심이 있다. 책을 집어들어 읽어버리는 것에 대해. 그 옆을 보니 <적>이란 책도 있었고 <겨울아이>라는 책도 있었다. <적>을 펼친다. 옮긴이의 말이라든지 작가의 말, 작가 연보를 살펴야만 한다. 아. 이런 행운이 <적>을 먼저 안읽을 수가 없었다. <적>에서 살인자는 (실화다!) 자기의 유년은 마치 <겨울아이>같다며 작가에게 말한다. <겨울아이>도 읽어버렸다. 겨울아이는 안그래도 나온 스노우 페트롤. 어쩌라는 거냐 나에게. 난 지금 당장 떠날 수가 없는데. 아 남극에 가고 싶다.
나는 견딜 수 없어 버킷 리스트를 만들었다.
다음주 일요일이 되면 나는 떠날 것이다. 나는 유령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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