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학] 천상병 유고시집 #인간존재의본질

강물이 모두 바다로 흐르는 그 까닭은 언덕에 서서 내가 온종일 울었다는 그 까닭만은 아니다. 

밤새 언덕에 서서 해바라기처럼 그리움에 피던 그 까닭만은 아니다.

언덕에 서서 내가 짐승처럼 서러움에 울고 있는 그 까닭은 강물이 모두 바다로만 흐르는 그 까닭만은 아니다.




비극적인 세계인식


지난날 강물의 흘러감에 울었고, 지금도 울고 있다는 사실은 삶이 그만큼 고달프고 힘들며, 궁극적으로는 허무하다는 비극적 인식에 반영한다. 이는 자아의 진실과 현실이 서로 어긋날 때 발생하는 태도로, 비극적인 특성을 지닌다. 적극적으로 저항하기 어렵고, 그렇다고 쉽게 순응하기에도 어려운 상황에서 취할 수 밖에 없는 부정적인 세계관이다. 


이점에서 천상병의 시가 과거적 상상에 몰입하거나 소멸과 흐름의 원리에 의지하는 것은 그의 비극적 현실 인식을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상실된 것, 소멸된 것, 사라져가는 것들에 연민과 그리움이 표출된다. 표면적으로는 좌절에 비롯되지만, 근본적으로는 절대 고독과 허무 속에 놓인 인간 존재에 대한 본질을 인식에서 기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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