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하고, 가차없이 슬프며 또 아름답다. 현명하고 우아한 소설"
닉 혼비 <어바웃 어 보이>
1
그곳에 들어갈 권리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처럼 그저 건물들을 보기만 할 따름이었다.
스토너의 의식의 문턱에 걸려 있었다.
"이건 사랑일세, 스토너군." 슬론이 유쾌한 표정으로 말했다. "자네는 사랑에 빠졌어. 아주 간단한 이유지."
그는 아직 이름을 알 수 없는 가능성을 바라보듯이 하늘을 바라보았다.
마치 새로운 세계를 확보한 아들을 방해하지 않으려는 것 같았다.
2
도서관의 진정한 본질은 근본적으로 불변이었다.
장래 그 자체가 변화의 대상이라기보다는 변화의 도구라고 보았다.
그는 이런 상실감 때문에 사랑이 더 커졌음을 느꼈다.
또한 모든 것을 부식시키는 청춘의 쓴맛도 언뜻 고스란히 볼 수 있었다.
"고든은 자신에게 허락된 미덕의 힘을 처음으로 느끼고 있는 거야. 그러니 당연히 온 세상 사람들을 거기 끌어들이고 싶어 하지. 그래야 자신의 믿음이 계속 유지할 수 있으니까."
그에게는 지금까지 내면을 성찰하는 버릇이 없었기 때문에 자신의 의도와 동기를 찾아 헤매는 일이 힘들 뿐만 아니라 살짝 싫다는 생각도 들었다. 자신이 자신에게 내놓을 것이 거의 없다는 생각, 내면에서 찾아낼 수 있는 것 또한 거의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은 기적적으로 되살아났지만 마치 죽은 것 같던 시절을 생각해보았다.
3
로마의 서정시인들이 죽음을 삶의 현실로 편안하고 우아하게 받아들인 것에 다시 의아함을 느꼈다.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는 마치 두꺼운 천으로 여러 겹 덮여 있는 것처럼 들려왔다.
6
그는 길고 긴 낮과 밤을 방에서 혼자 보내며 자신의 일그러진 몸이 강요하는 한계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책을 읽다가 점차 자유로움을 느끼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가 이 자유의 본질을 이해하게 됨에 따라 그가 느끼는 자유로움도 더욱 강렬해졌다. 윌리엄 스토너는 이 말을 들으면서 그에게 뜻밖의 친근감을 느꼈다. 그는 로맥스가 일종의 변화를 거쳤음을 알 수 있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을 말을 통해 알게 되는 직관적인 깨달음 같은 것.
서서히 모양을 다듬고 있던 것은 바로 그 자신이었다. 그가 질서 있는 모습으로 정리하던 것도, 현실 속에 실현하고 있는 것도 그 자신이었다.
자신의 원고를 다시 읽고 나서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뛰어나지도 나쁘지도 않다는 사실에 조금 놀랐다.
7
그는 새로운 계절의 나른함에 사로잡혀 천천히 걸었다.
그 뭉개진 풍경을 뚫고/ 부옇던 눈앞이 맑아질 때까지.
약간의 품위를 누릴 자격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마침내/ 이 고집스러운 땅의 무의미한 일부가 될 것이다.
아이의 얼굴에는 그 내면에서 움직이고 있는 지성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제는 드러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그러다가 대담하게, 종내는 자랑스럽게.
10년이나 늦기는 했지만, 이제야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차츰 알게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발견한 새로운 자신은 예전에 상상했던 것보다 더 훌륭하기도 하고 더 못나기도 했다.
8
순간적인 충동으로 선물해주었다.
그녀가 조금 필사적인 것 같다는 느낌이 들기는 했다.
10
삶이, 색색의 유리 돔처럼,
하얗게 빛나는 영원을 물들인다,
죽음이 그것을 짓밟아 산산이 부술 때까지.
'미는 진실, 진실은 미,' 그것이 그대가
지상에서 아는 전부, 그리고 그대가 알아야 할 전부.
11
그는 순전히 자기만의 즐거움을 위해 손에 잡히는 대로 책을 읽으려고 했다.
13
젊다 못해 어렸을 때 스토너는 사랑이란 운 좋은 사람이나 찾아낼 수 있는 절대적인 상태라고 생각했다.
이제 중년이된 그는 사랑이란 은총도 환상도 아니라는 것을 조금씩 깨닫기 시작했다. 사랑이란 무언가 되어가는 행위, 순간순간 하루하루 의지와 지성과 마음으로 창조되고 수정되는 상태였다.
15
아이가 워낙 섬세한 도덕적 본성을 타고났기 때문에 계속 그 본성을 보살피고 키워주어야 하는 드물고 사랑스러운 인간에 속한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부드러운 애정과 조용한 생활을 갈망하는 본성이 무관심과 무정함과 소음을 먹고 자라야 했다.
그 이상하고 유해한 환경 속에서도 사나움을 얻지 못해서 자신에게 맞서는 잔혹한 세력과 싸워 물리치지도 못하고 그저 조용한 곳으로 물러나 작게 웅크린 채 고독하게 꼼짝도 하지 않았다.
16
그런 그녀가 결코 사라지지 않는 상냥함과 부드럽고 선한 의지 때문에 그 감옥을 다시 찾고 있었다.
17
그는 우정을 원했다. 자신을 인류의 일원으로 붙잡아줄 친밀한 우정. 그는 혼자 있기를 원하면서도 결혼을 통해 다른 사람과 연결된 열정을 느끼고 싶었다. 그는 온전한 순수성, 성실성을 꿈꿨다. 하지만 타협하는 방법을 찾아냈으며, 몰려드는 시시한 일들에 정신을 빼앗겼다. 그는 지혜를 생각했지만, 오랜 세월의 끝에서 발견한 것은 무지였다. 그리고 또 뭐가 있더라? 그는 생각했다. 또 뭐가 있지? 넌 무엇을 기대했나? 그는 자신에게 물었다.
넌 무엇을 기대했나? 그는 생각했다.
넌 무엇을 기대했나? 그는 다시 생각했다.
손가락에서 힘이 빠지자 책이 고요히 정지한 그의 몸 위를 천천히, 그러다가 점점 빨리 움직여서 방의 침묵 속으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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